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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이코노미)‘술린이’도 즐겁다…MZ 위해 변하는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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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 242회
작성일 24-05-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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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24-05-16 18: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다른기사보기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막걸리야!”
“인삼을 진짜로 갈아 넣은 거 같다. 맛이 풍부하고 목 넘김도 좋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막걸리엑스포(MAXPO 2024)’ 시음 부스에서 들려온 반응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20~30대 젊은 남녀들이었다. 

중장년층의 애환을 달래는 술의 대명사 막걸리가 젊어졌다. 전국에 분포한 막걸리 양조장의 끊임없는 레시피 개발과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덕분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MZ를 다시 막걸리로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했다.  

실제로 이번 막걸리엑스포는 3회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는데, 참관객 중 90% 이상이 20~30대 MZ세대일 정도로 젊은 층의 반응이 뜨거웠다.  

중장년층의 애환을 달래던 막걸리가 MZ를 겨냥해 변화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올드함 벗다…허니버터·연유·납작복숭아로 통통 튀게

보통 막걸리 하면 톡 쏘는 탄산감과 입안을 휘감는 달달한 맛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는 낮추면서 플레이버(flavour)는 새롭고, 다양화한 막걸리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막걸리엑스포에는 전국 100여개의 유명 양조장이 참여해 M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막걸리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62년간 서민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서울장수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장수는 ‘국민 막걸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막걸리 브랜드로, 오랜 역사와 전통만큼 중장년층의 굳건한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장수는 변신을 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플레이버 막걸리다.

서울장수의 부스 전경. 최근 선보인 플레이버 막걸리를 시음하기 위해 참관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서울탁주 김서현 기획·마케팅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사람들도 쉽게 음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만들어 막걸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허니버터 아몬드, 유자,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인 우바(Uva) 등을 첨가한 막걸리를 개발해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 ‘어르신이 마시는 술’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김 과장은 “작년에 미국의 유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오베이(OBEY)와 협업해 막걸리와 막걸리 잔, 티셔츠로 구성한 한정판 굿즈를 선보였는데, 중고 매매 사이트에도 올라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별도로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에 의해 오가닉 바이럴이 일어나 사람들 사이에 언급된 수만 한 달간 400건 정도 검색될 정도였다”며 뿌듯해했다.

파리바게뜨와 협업한 ‘장수 막걸리 쉐이크’도 높은 화제성을 낳았다. 김 과장은 “알코올 1% 미만이 함유된 비알코올 음료이지만, 논알코올이 아니기 때문에 만 19세 이상 성인만 구매가 가능하다”며, “이런 이유로 ‘19금 성인용 쉐이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빵집에서 성인 인증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쉐이크라는 이색적인 재미를 추구해 신선함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막걸리로 온 세상을 즐겁게’라는 슬로건 아래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25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86년 전통의 ㈜우리술 부스에도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 우리술은 가평 잣 막걸리로 중장년층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실제로, 부스에는 60~70대의 어르신들이 시음 잔을 들고 찾아와 ‘가평 잣 막걸리 좋아해’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우리술의 송대현 지점장이 연유쏙 크림동동을 소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술 역시 다양한 풍미의 막걸리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송대현 서울남부·경기권 지점장은 중기이코노미에 “향이나 여러 맛을 첨가하는 제품들은 막걸리라는 문구 대신 기타주류로 표기해 출시한다”며, “워낙 가평 잣 막걸리의 매출이 크다 보니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회사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송 지점장에 따르면,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해당 업체에서 의뢰 요청이 들어와 진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에는 백종원의 골목막걸리와 협업해 판매했고, 올해 3월에는 쿠캣과 협업한 연유 막걸리인 ‘연유쏙 크림동동’을 내놨다. 오직 GS 편의점에서만 구할 수 있어 출시 당시 ‘GS 편의점 품절 대란템’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송대현 지점장은 “보통 막걸리의 도수는 6도에 맞추는데, 연유쏙 크림동동은 3도에 맞췄다”며, “저도수인데다, 연유가 달다 보니 부드럽게 먹을 수 있고, 술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도 거부감이 없어 술린이들이 추천하는 술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같이 양조장은 이미 MZ 사이에서 맛있는 막걸리를 제조하는 양조장으로 유명하다.   ©중기이코노미

서울시 합정동에 위치한 ‘같이 양조장’은 이미 MZ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부스 주변은 “여기 정말 유명한 곳이야”라며 줄을 서는 20대 젊은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같이 양조장 관계자는 “부재료를 다양하게 쓰는 곳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며, “시그니처 라인업으로 민트, 팔각, 유자, 홍차, 멜론, 매화 등 연희 시리즈가 있다”며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 시리즈의 공통점은 당도와 산도, 바디감을 적절히 융합해 칵테일을 즐기듯 단독으로 부담 없이 마시거나 다양한 디저트와 좋은 궁합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과일을 첨가한 막걸리가 인기다. 납작복숭아, 리치를 필두로 많이 나가고 있다. 특히 2030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2019년 설립 이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우상향하고 있다”고 했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고급 재료…막걸리의 프리미엄화

여러 가지 플레이버로 MZ의 취향을 저격한 막걸리도 있지만, 전통 막걸리를 지향하면서도 도수와 맛을 좀 더 요즘 세태에 맞춰 MZ의 선택을 받는 곳도 있다. 

2017년 설립한 운정양조장은 양조시설을 현대화해 기존의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양조장 이미지를 바꾸고, 위생과 맛 둘 다 잡았다.  

운정양조장의 송인식 대표가 참관객에게 시음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운정양조장 송인식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수작업으로 하던 예전에는 계량화돼 있지 않아 술맛이 일정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정확한 온도제어 시스템과 발효력 컨트롤을 통해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밸런스가 잘 맞는 일정한 술맛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식품위해요소를 원천 차단함으로써 발효하는 동안 말벌레나 초파리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병입 과정에서 생기는 이물질 문제를 제어해 위생적으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맛은 아스파탐, 사카린 등 인공 감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 묵직하고 바디감이 있는 맛을 구현한다.  

운정양조장의 메인 타깃은 MZ다. 그 이유에 대해 송인식 대표는 ‘고급 주류에 대한 가격 저항’이 낮은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막걸리 시장은 오래 묵은 쌀이나 수입쌀 등 저가의 재료를 사용해 억지로 가격을 맞춰가던 기존의 시장에서 탈바꿈해 좋은 재료를 써 퀄리티를 높인 프리미엄 주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MZ들이 이런 변해가는 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낙천의 지장수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참관객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특히 MZ의 반응이 좋았다.   ©중기이코노미

회사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갖춰 다양한 특허 및 기술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황토 성분을 첨가해 건강한 막걸리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막걸리 회사도 있다. 

13년 전 강원도 동해시에 설립한 ㈜낙천 김성수 부장은 “황토물로 만든 지장수로 막걸리를 만든다. 이 물은 조선시대 때 왕들만 먹는 물로 동의보감에도 나올 정도로 건강을 위해 마시던 물”이라며, “맛은 부드럽고 순해 목 넘김이 좋아 젊은 세대에게 반응이 좋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를 반영하듯 낙천의 지장수 생막걸리, 지장수로 빚은 정, 카메오 막걸리는 2024년 대한민국 주류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김 부장은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된다. 이에 변화하는 세대에 맞춰 막걸리도 젊어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트렌드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낙천의 막걸리는 농협 하나로 마트를 비롯한 일반 대형마트, 전국의 CU 편의점 등 오프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다.

전통주 동아리에서 양조장으로 발전한 가양주작의 부스 전경.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음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성인동아리로 출발해 마을공동체를 위한 경제사업의 일환으로 양조장을 운영하게 된 곳도 있다. 

가양주작 김은성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경기도 군포시의 대야미라는 지역에서 형성한 대야미마을협동조합의 전통주 동아리가 시초”라며, “유럽, 미국, 일본 등 외국은 주점 문화가 발전했지만, 우리는 아무나 대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술을 먹을 수 있던 문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집마다 술을 만들었다. 그것이 가양주 문화다. 우리는 가양주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2016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하기 시작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대표 제품인 수암주가 대한민국 주류 대상도 받을 정도로 술맛을 대중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자신했다.

가양주작의 모토는 ‘음식 같은 술’이다. 김 대표는 “음식을 먹고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면 그건 음식이 아니고 독”이라며, “좋은 음식처럼 마시고, 다음날 뿌듯해지는 술이다. 이런 술을 만들려면 어떤 첨가물도 넣어선 안 되고, 속성으로 술을 빚기 위해 잔재주를 부려서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며, “옛날부터 전통주중에 최고의 술은 가을에 담가 땅속에 묻어 겨울을 난 저온숙성주다. 가양주작의 막걸리는 지역쌀과 우리밀 누룩으로 빚어 겨울 땅속과 같은 온도인 5도 이하로 유지되는 황토 숙성실에서 6개월 이상 숙성해 만든다”고 했다.

달달한 맛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낯설더라도 가양주작은 당도가 없는 술을 지향한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아야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음식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반주로서의 술을 원한다면 술이 달면 안 된다”며, “보틀숍(Bottle shop)이나 오마카세 등 고급식당에서 우리 술을 찾는다.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요리사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뿌듯해했다.

바른지앤비 권성인 전무가 증류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가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해 시중에 없는 새로운 술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 증류기도 눈에 띄었다. 

㈜바른지앤비 권성인 전무는 “막걸리를 넣어 증류하면 소주가 되고, 맥주를 증류하면 브랜디, 와인을 증류하면 코냑이 된다”며, “거기에 과일이나 오렌지 주스 등을 넣어 증류할 수도 있다. 또, 레시피북도 제공하고 있어 이대로 따라 하면 누구나 손쉽게 술을 제조할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지난달에 출시한 이 증류기는 연구기관, 교육기관, 바, 술에 관심이 많은 개인이 주로 구매하고 있고, 가격은 250만원~380만원이다.    

권 전무는 “완전한 고급술을 먹고 싶다면 사서 먹는 게 낫겠지만, 자기만의 취향대로 만들어 먹고 싶다면 증류기를 추천한다”며, “최근 우리나라에 맥주 브루어리가 많이 생긴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증류주 브루어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며 그는 증류주의 매력에 대해 ‘음미’할 수 있는 술이라고 했다. 그는 “많이 마시고, 취하는 그런 술이 아니라, 향을 느끼면서 천천히 술맛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